생로병사
link  눈코잎   2026-01-12


성숙한 자기애는 생로병사를 축복으로

”저희 엄마가 암 수술을 받으신 후에 더 이상해졌어요. 심리치료가 필요한 것 같아요.“
"어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63세 입니다.“
”그 연세시면 상담도 받지 않으려 할 겁니다. 받아도 한두 번 정도, 증상이 심하면 약물요법을 권합니다.“

딸은 엄마의 성격이 약물로 될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모녀의 불편한 관계를 연발총처럼 한 시간 가량 발사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다만 몇 회기의 상담이라도 받게 해드리고 싶었다.

이렇게 해서 아직 할머니라 하기에는 이른 내담자가 상담실을 찾았다. 그 분의 얼굴은 어두워 보였다. 암 수술 때문이라 하는데, 그것만은 아니었다. 초기에 발견됐고 수술도 잘 됐다. 그런데 본인은 죽을병에 걸렸고, 곧 재발할 확률은 거의 없다는데도 말이다.

”이 나이 되도록 잔병은 앓았어도 출산 외에는 입원 한 번 안했어요. 암 진단을 받자, 그동안 건강을 지키려고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음식 챙겨 먹던 것이 다 허무해졌어요. 암이나 걸리려고 건강관리를 해왔단 말인가. 보름간의 입원 기간은 교도서 같았어요. 병원에 문병은 여러번 갔었지만, 막상 제가 환자가 되고 보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어요. 내가 암병동에 입원하고 있다는 자체가 부끄러웠어요. 문병오는 지인들이 격려한다고 한 마디씩 하고 가는데, 왠지 비아냥거리는 것 같아 듣기 괴로웠어요. 전 이제 몸에 칼자국을 댄 사람이 돼 버렸어요. 제 건강의 절반은 망쳐버린 셈이에요.“

나는 이 엄살쟁이 여인에게 속으로 이렇게 묻고 있었다.
‘그 나이에 암에 걸린 것이 어때서요? 더 적은 나이에도 암에 걸리는 분이 얼마나 많은데요? 초기에 발견되었고 수술도 잘 되셨다면서요? 의사는 항상 재발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경고성 주의를 주는데, 재발 확률이 거의 없다면서요?

병원에 입원하는게 어때서요? 그게 죄라도 되는 건가요? 지인들의 병문안을 감사로 받으면 안 되나요? 그 나이 되어서 몸에 칼자국 한 번 안 댄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요?‘

’이 분이 힘든 것은 암 수술때문이 아니야. 틀림없이 욕심이 많으실 거야. 내 몸이라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욕심 말이야.‘

나이가 들어 자연스럽게 찾아올 병에 대해 지나친 염려를 하면, 그래서 과도한 질병 예방 대책을 강구한다면, 그 병이 찾아 왔을 때 더 맞아들이기 힘들어진다. 인간의 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신체 기관도 연수가 있어 고장이 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내 몸에 대한 최대의 겸손이다. 생로병사는 고통이 아니라 축복이다. 이 땅에서 병에 안 걸리고 영원히 사는 일은 정말 끔찍한 일이다.

자기심리학자 하인즈 코헛은 유아적 자기애와 성숙한 자기애를 구별했다. 전자는 오직 자기를 위해 타인을 이용하므로 자기를 만족시켜주는 타인을 항상 필요로 한다. 후자는 타인과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고, 자기를 만족시키는 능력이 자기 안에도 있다.

전자는 자기가 완벽하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있고, 후자는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인다. 전자는 조금만 아파도 엄살이 심하고, 후자는 육체의 한계를 받아들인다.

노인이 돼서도 육체의 한계를 부정하고 청년처럼 살고 싶어 하는 것은 젊게 사는 것이 아니라 유아적 자기애로 고착하는 것이다. 성숙한 자기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자기의 육체도 사랑하지만 그 육체의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성숙한 자기애는 생로병사를 축복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엄마라는 아이
박성만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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